[정치인사이드] 호남·충청·영남을 국가 성장엔진으로… 이재명표 국토 균형발전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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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일보보수7/5 14:00[정치인사이드] 호남·충청·영남을 국가 성장엔진으로… 이재명표 국토 균형발전 구상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연 데 이어 30일 광주(서남권), 이달 2일 충남 아산(충청권), 3일 경남 진주(영남권)를 잇달아 찾아 권역별 보고회를 주재했다. 이번에 공개된 세 권역의 민간 투자 규모는 총 1600조원에 달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로봇 등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을 수도권 밖에 구축해 국가 성장동력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 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권역별 자립 성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이재명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분’이 아닌 ‘배치’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구상은 기존 정부들이 추진했던 지역 지원 정책과 결이 판이하게 다르다. 예산을 지역별로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산업 지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내세운 핵심은 ‘5극 3특 성장엔진’ 전략이다. 수도권 중심의 단일 성장 구조에서 탈피해 권역별 특화 산업을 육성해 복수의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 균형발전 정책이 지역 개발 차원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함께 겨냥한 산업 재배치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런 구상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호남·충청·영남에 분산 배치해 새로운 국가 성장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균형발전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AI와 반도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산업재편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명분으로 삼되 실질적으로는 지방을 미래산업 전초기지로 전환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3일 진주 보고회에서 “서남권에서 시작해 충청권을 지나 영남권에서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성장엔진’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며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각 권역이 성장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국토 공간 대전환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앙정부가 세제·재정·금융·규제·인프라를 패키지로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신속한 인허가를 담당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생산량에 연동해 세금을 감면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반도체, 충청 AI, 영남 로봇·우주항공 권역별 특화 구상은 비교적 명확하다. 호남은 AI와 미래모빌리티, 재생에너지, 농생명 산업을 결합한 미래 성장 거점으로 육성된다. 특히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이 핵심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팹 4기가 들어서며 총 896조원 규모의 투자가 추진된다. 충청권은 세종 행정수도와 대전 과학수도를 중심으로 국가 행정·연구개발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반도체 패키징, AI 데이터센터, 바이오, 디스플레이 산업을 연계한 첨단산업벨트가 구축된다. 투자 규모는 약 392조원에 이른다. 영남권은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 중심지로 재편된다. 부울경은 해양수도와 트라이포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물류·제조 허브를, 대구·경북은 이차전지·AI로봇·바이오·수소 산업 중심지 역할을 담당한다. 대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SK·삼성·한화·현대차·LG·두산 등 6대 그룹이 총 312조원을 투자한다. SK는 데이터센터에 140조원, 삼성은 로봇·배터리에 60조원, 한화는 우주·방산에 55조원,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분야에 42조원을 각각 투입한다. 또한 구미·포항·대구·창원을 연결하는 로봇 초혁신벨트와 사천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도 함께 조성된다. 이 같은 권역별 전략은 개별 지역 공약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국가 전체를 하나의 산업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호남은 재생에너지와 용수, 대규모 부지를 기반으로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수용하는 공간이 되고 충청은 행정과 연구개발, 첨단산업을 연결하는 허브가 된다. 영남은 제조업 기반 위에 우주항공·방산·로봇·수소 산업을 더해 첨단 제조업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결국 균형발전과 산업 초격차 확보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동시에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균형발전을 ‘지방 챙기기’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설명한다. ◆성공 열쇠는 실행력 하지만 구상의 규모만큼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로봇·우주항공 클러스터는 투자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용수 확보, 교통망 구축, 정주 여건 개선, 전문인력 양성, 협력업체 생태계 조성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산업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의 공방도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싸고 기업의 팔비틀기라는 등 국민의힘의 억지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을 지역주의 문제로 연결해 오로지 자신의 지지 세력에 호소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매국적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투자 자체만 놓고 보면 호남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역사적으로 누적된 양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영호남 인구 규모 차이를 언급하며 “아픈 과거지만 영호남 차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 궁극적인 과제도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것과 지역이 스스로 인재를 확보하고 산업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자립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뒷받침될 경우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재명표 균형발전의 성패는 ‘호남에 반도체, 충청에 AI, 영남에 로봇’이라는 구호 자체가 아니라 각 권역이 기업 투자와 인재, 교육, 주거, 교통, 연구개발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하나의 경제권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구상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국토 구조는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다핵 성장 체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6일 청와대에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한다. 정부는 오는 8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 시행에 맞춰 특별위원회도 출범시킨다. 16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대한민국 성장축을 바꾸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